<프로축구>서정원.김병지,국내경기보다 국제무대서 펄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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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아니,저녀석이 저렇게 잘한단 말야?』지난 25일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제1회 한.중 축구정기전을 지켜보면서 프로축구팀을 맡고 있는 김모 감독이 못마땅한듯 중얼거렸다.
『그녀석이 무슨 대표선수야.우리팀에서도 제몫을 못하는 녀석이…』라며 못마땅해하던 A선수가 뜻밖에도 펄펄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한국은 A선수 덕택에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장을 떠나면서 김모 감독은 『이녀석 돌아오기만 해봐라.지옥훈련을 시켜줘야지』라고 벼른다.A선수가 팀에서는 대충대충하다가 대표팀에 나가서야 최선을 다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선수중엔 「국제경기용」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국내리그에서는 평범한 플레이에 머물다가도 막상 국제경기에만 나가면 한건씩 해주는 선수가 있다는 것.안양LG의 공격수 서정원,울산현대의 수문장 김병지가 대표적인 「국제용」 으로 꼽힌다. 이중에도 서정원은 간판스타급이다.LG유니폼을 입은 그는 어설픈 플레이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있지만 태극마크만 달면 「두얼굴의 사나이」처럼 달라져버린다.그는 94미국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동점골,92바르셀로나올림픽 스웨덴전에서 선제골 을 기록했다.25일경기에서도 동점골을 넣었고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팬들은 서정원의 골을 기다린다.
김병지도 현대에서는 적잖은 골을 내주고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되기도 하지만 국제대회에는 당당한 주전 GK로 대접받는다.그의엄청난 수비력과 그라운드 매너에는 외국감독들도 매료될 정도다.
왜 그럴까.국가대표팀 박종환감독의 「해몽」은 이 렇다.국제용은뛰어난 동료들의 지원을 이용해 장점을 살릴줄 아는 선수이거나 스타근성이 강한 선수 두가지라는 것.박감독의 분석에 의하면 서정원은 전자,김병지는 후자에 해당된다.
국제용 선수를 거느린 소속팀 감독은 괴롭다.기대를 갖고 매번기용하지만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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