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 잠수함 부함장 유림 발견서 사살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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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추석날인 27일 일몰 무렵 육군일출부대 禹성제(28)대위는 강릉시성산면보광리 해발2백50의 이름모를 야산일원에 부하들을 매복시키고 매복전선을 확인했다.그는 이어 이 산의 정상부근에 참호를 파고 부하사병 3명과 함께 몸을 숨겼다.
보름달이 꽉찬 둥근 원을 그리며 휘영청 산위를 비췄다.푸근한한가위라고는 하나 산속의 밤은 스산했고 초병의 몸에는 이슬까지내려 을씨년스러웠다.
언뜻언뜻 떠오르는 고향 추석명절의 단상.이와 다투기를 10여시간.어둠이 막 가시려는 28일 오전6시35분쯤 『사사삭』낙엽밟는 소리가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매복조의 눈과 귀는 일순간 전방에 붙박혔다.
몇초뒤 10 전방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야산 아래쪽에서 경사가 30도나 되는 가파른 산길을 무언가 조심스레 헤치며 정상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공비다」.禹대위는 한눈에 직감했다.
禹대위는 함께 매복중이던 盧극래(25).朴정훈(23)병장,鄭철환(23)상병에게 눈짓을 보내고 검지손가락을 방아쇠로 가져갔다. 또다른 물체는 없나.2명이상의 공비가 짝을 지어 움직일수있다는 판단 때문에 주변을 경계했으나 다른 물체는 포착되지 않았다. 공비는 소총 지향사격자세를 취한채 한발한발 매복조 앞으로 다가왔다.
나뭇잎도 숨을 죽인듯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초뒤 공비는 매복조 앞 5까지 접근했다.섬뜩 이상한 분위기를 직감해서인지 공비는 정지해 전방을 노려봤다.
禹대위의 입안이 바짝 타들어갔다.『우리를 발견한 것일까.』 잠시 불안이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갑자기 공비가 옆으로 몸을 틀었다.등을 보이며 잽싸게 달아나려 했다.
『탕.탕.』제대를 앞둔 盧병장의 손에 있던 K2소총에서 두번의 불꽃이 튀었다.짧은 비명과 함께 공비는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두발 모두 등에 정확히 맞았다.한발은 등을 관통해 공비의심장을 뚫었다.즉사였다.
교전없이 단3초만에 「상황 끝」이었다.군번없는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공비의 손에는 번호없는 M16소총이 들려있었다.초췌하고 깡마른 사람은 부함장 유림(39)이었다.
강릉=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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