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掃蕩-쓸어서 없애버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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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掃는 (손 수,手와 같음)와 추(추)의 결합이다.추는 본디 나무 틀에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놓은 모습에서 나온 것으로 뜻은「빗자루」다(95년9월7일자 「歸省」참조).그래서 손()으로 빗자루를 잡고 있는 모습이 掃인데 「쓸다」는 뜻 을 가지고 있다.소사(掃射).소제(掃除).소해정(掃海艇).일소(一掃).청소(淸掃)가 있다.참고로 여자(女)가 빗자루(추)를 잡고 있는 것이 婦(부인 부)다.
蕩은 풀을 뜻하는 (초)와 湯(탕)의 결합이다.먼저 湯은 물이 넘실거리는 것을 뜻한다.목욕탕(沐浴湯)이 있다.또 넘실거리는 모습은 물이 끓는 모습과도 같으므로 「끓다」는 뜻도 있다.
탕기(湯器).탕약(湯藥)이 그런 뜻이다.
掃蕩의 蕩은 처음의 뜻을 가지고 있다.곧 물이 제멋대로 넘실거려 논밭()을 뒤덮고 있는 형상이다.아마 대홍수가 난 모습인지도 모른다.자연히 모든 것을 남김없이 휩쓸어버려 폐허(廢墟)로 만들고 만다.따라서 蕩은 「없애다」는 뜻이 있 다.탕감(蕩減).탕진(蕩盡).탕평책(蕩平策)은 그런 뜻이다.
또 홍수때의 물은 흐르는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다.여기서 蕩은 「제멋대로」의 뜻도 가지고 있다.방탕(放蕩).음탕(淫蕩)이그런 경우다.
따라서 掃蕩이라면 「비로 쓸어 없애버린다」는 뜻이다.물론 남김없이 제거하는 것으로 일망타진(一網打盡)과도 비슷한 뜻이라 하겠다. 주로 좋지 않은 대상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말로 이번무장공비 掃蕩이 좋은 예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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