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제.추모제례로 6.25순국선열 애도-정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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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구천을 맴돌던 원혼들이여,뒤늦게나마 평안히 잠드소서.』 지난 46년간 지하 갱속에 묻혀 있던 1백50여명 순국선열들의 혼백이 마침내 영면(永眠)을 취할 수 있게 됐다.이들은 6.25 당시 정읍을 점령했던 북한인민군에 붙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은 마을주민들.인민군은 그들에게 협조하지 않은 주민 5백여명을붙잡아 이들중 1백50여명을 일제때 폐광된 정읍시고부면입석리 두승산 중턱에 있는 폐금광 지하갱도로 끌고가 총.대창.칼.돌등으로 무참히 살해했다.시간에 쫓긴 인민군은 나머지 3백50여명을 유치장에 가둔채 불질러 처형 했다.이같은 사실은 폐금광으로끌려가던중 오랏줄을 풀고 달아났던 3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곽영기(郭榮基.75.당시 경찰관.정읍시영원면)씨에 의해 생생하게 증언됐다.
1백50여명의 유해는 94년9월 정읍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유해발굴 인양및 안장 추진위원회」(위원장 李鍾燮.59)를 구성하면서 발굴되기 시작했다.
지하 1백까지 파고들어가 갱도안에 찬 진흙과 물을 퍼내는등 8개월 가까운 작업끝에 위원회는 16점의 두개골을 비롯,2백여점의 다리뼈등 라면상자 16상자분의 인골과 고무신.혁대.죽창.
수류탄등 유류품 1백여점을 건져냈다.하지만 안장 장소를 폐광 앞에 마련하려는 유족들의 뜻은 이곳 땅을 소유하고 있던 해주 오씨 문중의 반대에 부닥쳤다.결국 9월초 유족과 위원회의 뜻을받아들인 문중측이 1백여평의 땅을 기증하기로 해 발굴 2년만에희생자 유해의 합장이 이루어지게 됐다.고귀한 생명이 희생된지 정확히 46년이 되는 오는 28일 합장묘역에서는 천도제와 추모제례가 베풀어져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게 된다.
정읍=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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