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식품 회수 흐지부지 … 명령 어겨도 제재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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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해식품을 유통시키다 식약청에 적발돼 제품 강제 회수명령을 받은 업체들이 엉터리 ‘회수계획서’와 ‘회수결과 보고서’를 제출해 온 것으로 9일 드러났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유해식품 적발 업체 47개사의 관련 서류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C사는 지난 6월 중국산 조미쥐포 2660㎏을 수입해 대형 마트에 유통시켰다가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회수명령을 받았지만 아예 회수 계획을 “매장 내 재고 물량이 없다”고 통보했다. 회수할 수 없다고 버틴 것이다.

수입 과자 ‘투다닥’을 팔면서 유통기한을 1년 늘려 허위 기재했다가 강제 회수명령을 받은 J사 대표 정모씨는 “소량이고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 내가 먹겠다”고 결과 보고를 했다. 6만7800여 봉지 중 72봉지만을 회수한 뒤였다. 이 제품은 지난달 26일 식약청이 공개한 멜라민 함유 의심 식품에도 포함됐다.

지난 4월 이산화황이 다량 포함된 중국산 토마토를 수입해 팔다 적발된 C사의 결과보고서엔 회수 실적은 전혀 없고, “보따리 상인들이 우리 회사의 수입 면장을 악용했다. 억울하다”는 항변만 적혀 있다.

수입 업체들이 밝힌 회수 방법도 “구매 고객에 통보” “매장을 돌며 차차 회수” “거래처 연락” 등 제각각이었다.

최 의원은 “유해식품 회수 과정 전반을 문제가 있는 업체에만 맡기고 식약청은 형식적인 서류 검사를 하는 것으로 끝나버려 회수율 자체를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관리 당국이 제품 회수에 최종 책임을 지고 철저한 감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지난 4월 위해식품 회수지침을 마련해 회수 계획과 결과 보고에 관한 절차와 서식을 정비했지만 여전히 법적 강제력이 없는 상태”라며 “제도적 보완과 인력 보강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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