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좌편향 교과서 편드는 역사학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역사 교육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반대 세력들이 들고 일어났다. 현행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수정 문제다. 8일 한국사학회 등 21개 역사 연구단체가, 9일 전교조 등 39개 단체로 구성된 ‘교과서 공동대책위원회’가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한 역사 교과서 수정 시도를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 정권 때인 2003년 검인정을 받은 현행 교과서들은 명백히 좌편향이기 때문이다. 전국 고교 56%에서 쓰고 있는 금성판 교과서는 “한반도 분단은 미군의 남한 점령 탓이 훨씬 크다. 소련군은 해방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6·25전쟁에 대해서도 “양측은 마침내 무력을 동원”이라고 서술해 북한의 남침 사실을 깔아뭉갰다.

이에 따른 해악은 실제로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 누구냐”는 질문에 육사 가입교생의 34%가 ‘미국’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나라를 북한이라고 대답한 중·고생은 70%밖에 안 된다. 북한이 나서서 교과서 수정 방침에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3일에는 북한 교육성 대변인이, 5일에는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친미, 반공적인 방향으로 개악”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행 교과서가 ‘반미·친북’ 편향이라고 보증해준 셈이다.

교과서 수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에 묻고 싶다. 학생들이 이런 교과서를 배우는 데 대해 한 번이라도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는가. 그러고도 역사학자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학회니 연구단체니 하는 타이틀 아래 좌파 이념을 주입하려 하지 말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그런 게 아니다.

역사 교과서는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 가치관을 담아야 한다. 그것은 헌법의 기본 이념인 자유·민주·인권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의 수정·개정 방향 역시 이를 지향해야 한다. 다만 좌편향을 제거한다면서 전두환 독재까지 용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민 지배나 독재를 용인하는 식의 관점은 보편적 가치관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