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메리칸발레시어터단장 마이클 카이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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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일반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계속되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대량감원과 월급인상 억제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예술경영에서 이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적자가 쌓인다고 무용수를 해고하고 무대장치 비용을 덜 쓴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결국 망하는 지름길로 들어선 것을 의미할 뿐이다.
캔자스 시립발레단을 시작으로 앨빈 앨리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등 손을 대는 단체마다 큰 폭의 적자를 흑자로 돌려 「턴어라운드 킹」,즉 변혁의 제왕으로 불리는 예술행정가 마이클 카이저(42.사진)를 만나 경영 노하우를 들어봤다.
MIT출신으로 IBM.GM등에서 경력을 쌓은 돈 잘 버는 경영자라는 경력이 주는 선입견과는 달리 부드럽고 편안해보이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단장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카이저는 『쓰던 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없던 돈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경영』이라며 『이를 위해 예술 단체도 적극적인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돈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크게 매표 수익과 후원금 조성등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가만히 자리에 앉아 누군가 표를 사주고 후원금을 내주기만 기다리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에요.돈을 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단체 스스로 만들어야지요.』 카이저는 이를위해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쓴다.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여자가 대부분이에요.그렇다면 남자관객들을 끌어야지요.이를 위해 포스터에는 아름다운 여자 무용수의 우아한 동작이 담긴 사진을 싣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그가단장으로 옮겨온 후 매표율이 10%이상 급성장하는등 성과가 있었다. 후원금을 받는 방법도 이처럼 간단한 발상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로열 셰익스피어극단에서 연극을 보거나 라스칼라좌에오페라를 보러가는 것은 공연의 질을 떠나 단체의 명성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돈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유명한 단체에 돈을 주고 싶어하는 거지요.먼저 사람들한테 인지도를 높이는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카이저는 관련 전시회나 야외공연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이후 주춤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명성을 다시 쌓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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