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 돌출발언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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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무장공비 관련 발언에서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그의 논평이 고도로 계산된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물론 미국측은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지만 전혀 개연성이 없는것은 아니다.미 행정부는 빌 클린턴대통령의 외교 업적 가운데 하나로 자부하는 북한문제가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삐걱거리는 것을 원치않고 있다.따라서 크리스토퍼 장관의 발언은 한국측이 북한에 대해 반격하고픈 유혹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국무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측은 크리스토퍼 장관의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즉각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실무자를 국무부에 보내 진상 파악에 나섰다.미국은 곧 문제가 더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진화에 나섰다.
미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관계자들은 2시간여동안 한국대사관측과 전화로 접촉,의견 조율과정을 거친뒤 미국측 고위관계자가 한국대사관측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했다.미국측은 이와 함께 「실언」이라고 해명하며 크리스토퍼 장관 이 한국 사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미국 외교사령탑의 한국 상황에 대한 무관심과 인식 부족을 그대로 반영한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에 의구심을 갖기는 미국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미 언론들은 이날 국무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토퍼 장관의 발언중 「모든 당사자들」(All Parties)의 의미와 클린턴 행정부가 한국의 무장공비 소탕작전에 불만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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