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 30년] 갈수록 벌어지는 도농 소득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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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간쑤(甘肅)성 징닝(靜寧)현 웨이룽(威戎)진 양만(楊灣)촌은 낙후한 간쑤성에서도 특히 극빈촌으로 꼽히는 마을이다. 최근 현지를 답사한 한 대학생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공개한 이 마을의 처지는 중국 도농(都農) 양극화의 축약판이다.

전기 공급이 안 돼 밤이면 어둠에 갇혀 주민 간 왕래가 끊기는 궁벽한 시골이지만 밭 농사 외에는 부업 거리도 없다. 주민들은 평균 4무(畝·396㎡)의 밭에서 감자 농사를 주업으로 삼고 있다. 동 트기 시작하는 새벽 4시반부터 일어나 종일 밭을 매도 1년 소득이 평균 1600위안(약 3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몸이라도 아프면 목숨을 걸고 길을 나서야 한다. 급류를 건너 험한 벼랑 끝 산길을 돌아 인근 마을까지 가기까지 며칠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생활 환경에 신물 난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나 이 마을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노동력이 거의 고갈 상태라고 한다.

동부 연해 도시 주변 농촌이나 관광지 인근 마을 같이 도시 주민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농촌도 있지만 대부분의 농촌은 징닝현처럼 서부·내륙에 몰려 있어 고도 성장을 거듭한 중국 경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중국 공산당이 개혁·개방 선포 30주년을 맞는 9일 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의 화두로 농촌 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더 이상 농촌의 열악한 현실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동북·서부 등 내륙 지역의 농민층이 생계 불안에 시달리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리면서 도시 슬럼화, 치안 불안과 같은 문제를 낳는 등 사회경제 갈등의 핵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공산당 중앙위와 국무원(정부)이 매년 1월 발표하는 국정 어젠다인 ‘중앙 1호 문건’에서도 2004년 이래 5년 연속 농촌 살리기 문제가 핵심 주제로 강조됐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도농 통합발전을 위해 농촌 기반시설 확충에 재정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학교·병원·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4200억 위안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5600억 위안을 쏟아 붓고 있다. 또 농업세를 면제해 주고 부족 식량을 지원하는 등 농민 우대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도농 간 소득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어 중국 지도부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7월 발표한 올 상반기 도시 근로자 평균 수입은 1만2964위안인 반면 농민은 2528위안에 그쳤다. 총소득에서 세금을 뺀 가처분 소득 격차는 1985년 1.8대1에서 계속 확대돼 지난해에는 3.3대1까지 확대됐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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