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재 겹친 코스닥 바닥 모를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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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8일 코스닥시장이 37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하루만 7.58%(30.48포인트), 올 들어선 47.3% 하락했다. 물론 코스닥시장만 부진한 것은 아니다. 세계 주식시장이 글로벌 신용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의 연초 이후 하락률이 32.2%인 것과 비교하면 코스닥의 하락폭이 훨씬 크다. 코스닥시장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코스피지수야 그간 많이 올랐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지수는 2003년 3월 530선을 바닥으로 이후 5년여간 꾸준히 올라 지난해 10월엔 2000선을 돌파했다. 네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코스닥지수는 2004년 8월 320선에서 4년여간 상승해 지난해 7월 800선에 올라섰다. 그러나 2000년 3월 정보기술(IT)주 버블의 막바지에 3000선을 넘보던 주가 수준에는 한참 못 미쳤다. 그럼에도 거래소시장보다 코스닥시장이 더 부진한 이유는 3재(세 가지 악재)가 끼어서다.


◆외국인의 외면=8일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10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한 달여 동안은 5722억원어치를 팔았다. 올 들어 이날까지 190거래일 중 137거래일 동안 팔자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매도는 거래소시장에서도 비슷하다. 문제는 거래소시장에선 외국인이 팔 때 이 물량을 기관이 받아주는 데 반해 코스닥시장에서는 받아줄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들의 매매 비중은 90% 수준에 달한다.

◆덩치 커지면 떠난다=최근 NHN은 거래소시장으로의 이전 방침을 밝혔다. ‘코스닥시장의 대장주’라는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거래소를 찾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코스닥시장에 있는 탓에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선후가 있지만 기업들의 규모가 작고 실적 변동성이 심하다 보니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을 외면한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규모가 큰 펀드가 투자하기에는 대체로 코스닥 기업의 시가총액이 작다”며 “일부 기관의 경우에는 아예 정관으로 코스닥 투자를 제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외면하니 덩치 큰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을 떠난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톱10 안에 들었던 LG텔레콤과 아시아나항공도 거래소로 이전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빠지니 시장은 자꾸 위축된다. 8일 종가 기준으로 NHN의 시총은 5조7753억원이다. 코스닥시장 전체의 10%를 웃돈다. 당장 NHN이 빠지면 코스닥시장의 덩치가 10분의 1 줄어든다는 얘기다.

◆중국 관련주도 쇠락=일부 기업의 잇따른 시장 이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코스닥시장을 지탱해준 것은 조선 기자재 및 이음새(피팅) 관련 기업이었다. IT 광풍이 휩쓴 뒤에도 조선업 및 플랜트 산업의 호황을 등에 업은 이들 ‘굴뚝기업’의 주가가 급등해 코스닥시장의 체면을 지켰다. 2003년까지 3000원에도 못 미치던 태웅은 지난해 10월 13만원까지 돌파하며 시총 2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업황이 꺾이면서 주가도 하락, 8일 5만원선이 붕괴됐다. 시총도 1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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