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MVP놓고 박재홍.구대성.이종범 경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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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리스신화의 주신 제우스는 자신의 부인 헤라등 아름다운 3명의 여신(女神)으로부터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를 가려달라』는 난처한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한 대답을 목동 파리스에게 떠넘겨 간신히 궁지에서 벗어났다.
투표권을 가진 관계자들은 물론 올해 프로야구를 지켜본 팬들이라면 지금쯤 모두가 제우스의 심정이 돼있을게 확실하다.
또 이종범(해태).구대성(한화).박재홍(현대)은 「황금사과」를 놓고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여신들.「황금사과」 대신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MVP를 놓고 다투는 여신들이다. 과연 누가 최우수선수인가.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의 MVP경쟁은 프로야구 사상 가장치열한 득표경쟁이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
개인기록이나 팀공헌도에서 누가 낫고,누가 모자라다고 말할 수없는 난형난제다.
프로야구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82년엔 22연승에 투수부문 3관왕(방어율.승률.다승)을 차지한 박철순(OB)이 4할타율을 기록한 당시 백인천 MBC선수겸 감독을 일방적으로 눌렀다.84년 이만수(삼성)는 타격3관왕을 차지하고도 치사한 관리로 타율 1위를 차지했다 는 오명을 써 27승을 기록한 최동원(당시 롯데)에게 최우수선수를 빼앗겼다. 또 85년엔 삼성의 김시진과 김일융이 나란히 25승을 거두고 이만수.장효조가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타이틀은 0.333의 타율에 홈런 22개를 기록하며 홈런 공동1위에 오른 김성한(해태)에게 돌아가 야구계가 시끄러웠다.
92년에도 송진우(당시 빙그레)가 다승과 구원을 동시에 석권하고 장종훈이 41개의 홈런을 때려 기록상 경쟁이 치열했지만 송진우의 기록이 감독의 배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론은 일방적으로 장종훈의 손을 들어주었다.
올해 3명의 성적이나 팀공헌도는 순수하기만 하다.흠집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우수선수는 제우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목동들,즉 프로야구관계자들의 투표로 24일 가려지게 된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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