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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풀어 집짓기’ 네 가지 반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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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가 ‘8·21 대책’ ‘9·19 대책’ 등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춘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현 정부가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대선 과정에서부터 주장해 왔기 때문에 일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19 대책에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서민형 보금자리 주택의 공급을 추진한다는 정책이 포함되어 있어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서민주택 공급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수도권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세계적인 도시개발 추세는 녹색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범지구적인 문제는 무분별한 난개발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가능한 한 녹색자원을 보존하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9·19 대책은 세계적인 추세에 반하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교외지역 서민주택 공급은 입주 예정자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보금자리 주택 입주자들은 저소득층 서민에 한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 도심과 부도심에 직장을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이 대부분 교외 지역에 있음을 감안한다면, 직장까지의 거리가 멀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 경우 교통비와 시간 비용, 차량 통행량 등의 증가가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 주택으로의 입주를 꺼릴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서울시내 주택의 수요 및 가치를 크게 증가시켜 주택 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할 우려마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서민형 보금자리 주택은 개발제한구역과 같은 교외 지역이 아니라, 도심 혹은 역세권 주변 등에 재건축 및 재개발을 활성화시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킴으로써 국토균형발전에 위배된다. 수도권은 이미 도시화가 과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환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수도권지역은 향후 신개발보다는 도시관리 차원에서 기성 시가지 정비에 초점을 맞춘 지역개발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는 출범 과정에서 주택 공급을 통해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기성 시가지의 재정비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만 한다.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현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대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만이 수도권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화를 가져오면서, 수도권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광역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주형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