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剔抉-뼈를 발라내듯 제거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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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剔은 易(바꿀 역)과 (칼 도,刀와 같음)의 결합으로 소뼈에붙어있는 살을 발라내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결국 소의 모습은바뀌게(易)되고 만다.그래서 剔은 「뼈를 발라내는 것」을 뜻한다. 抉은 (손 수,手와 같음)와 「결단(決斷)」을 뜻하는 쾌(쾌)의 결합이다(6월8일자 「快擧」 참조).손으로 시비흑백(是非黑白)을 「명쾌(明快)하게 갈라내는 것」을 뜻한다.곧 剔抉은 뼈와 살을 발라내듯 악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지난번 소개했던「발본색원(拔本塞源)」(8월23일자 참조)과도 비슷한 뜻이라 하겠다. 그런데 剔抉은 본디 파라척결(爬羅剔抉)의 준말로 「손톱으로 긁어내고 그물로 잡아내듯」 좋은 것은 남기고 나쁜 것은과감히 제거한다는 뜻이다.곧 인재(人材) 등용의 대원칙으로 剔의 대상은 훌륭한 인재,抉의 대상은 악당(惡黨).간신( 奸臣)들인 셈이다.
당(唐)의 대학자 한유(韓愈)는 직선적 성격 때문에 평탄치 못한 인생을 보내야 했다.그가 신세한탄겸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쓴 글이 「진학해(進學解)」다.
『지금 천자 덕분에 현인이 등용되고 있다.손톱으로 긁어내고 그물로 얽어내듯(爬羅),또 뼈를 발라내듯(剔抉) 숨은 인재를 찾아내 등용하고 있으니 그 누가 불만이 있을 것인가.』 그는 이어 지금 천하는 개혁을 통해 바른 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괄구마광(刮垢磨光)」이란 표현도 사용하고 있다.속된 말로 「때 빼고 광낸다」고나 할까.물론 조정을 은근히 비꼬는 말이기는하지만….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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