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여부 가을국회 태풍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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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속한 경제선진화」가 우선이냐 아니면 「경제여건호전」이 우선이냐.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연내가입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공방이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국당은 OECD가입이 우리 경제를 하루빨리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의 논리는 정반대다.현재경제상황이 어려우므로 조기가입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내년 대선을 향한 업적과시용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이는 10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동으로 개최한 「OECD 가입유보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정책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는 『물가는 불안하고 성장은 둔화되고 수출은 부진한 악조건속에서 굳이 충격을 가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OECD문제를 쟁점화할 경우 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문제가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국민회의로서는 결코불리할게 없다는 분석이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는 더 강경하다.그는 「구제불능의 작태」라고 현 정권을 맹공했다.그는 『터키.멕시코등이 경제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입해 오히려 경제가 추락했으며 싱가포르가 국민소득이 우리의 3배가 넘는데도 가입을 기피하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상(李弼商.고려대).이성섭(李性燮.숭실대)교수도 『자본화율이 60%미만인 상황에서 졸속가입할 경우 급격한 외자유입으로인한 통화량증가와 물가상승,경비부담금 납부에 따른 재정부담증가,개도국에 대한 개발원조확대를 초래할 우려가 있 다』며 야당의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지난달 30일 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가 국민회의 金총재를 방문했을 때도 韓부총리는 『이번에 가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2~3년간 문호를 개방하지 않을 가능 성이 있다』고 연내 처리라는 확고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당의 논리는 OECD가입을 통해▶경제.사회제도의 선진화와 국민생활의 질적 개선▶국제사회에서 우리경제의 위상제고▶선진국의경제.과학기술정보 습득등 얻는게 잃는 것보다 많다는 것이다.
신한국당 이강두(李康斗)제2정책조정위원장은 『OECD가입으로금융부문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며 기존 가입국중 OECD기준에 맞춰 개발원조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여당도 당내에 한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고민이 있다.지난달 9일 박찬종(朴燦鍾)고문이 「시기상조론」을 주장한데 이어 6일 정책간담회에서 차수명(車秀明)의원등이신중론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상황이 이같이 되 자 韓부총리는 『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이에 이홍구(李洪九)대표는 10일 고위당정회의에서 『당과 정부가 일치된 입장에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당론을 재확인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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