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선임제도' 왜 손질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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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정부가 3년반만에 다시 은행장 선임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은행에 주인이 있으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현 시점에서 「완전히 주인 찾아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주(株主)의경영 참여폭을 넓혀주자는 것이 골자다.대신 그동안 논란이 돼온현.전임 행장의 영향력을 대폭 축소했다.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고 새 제도 역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있다.하지만 행장 추천.합병등 경영상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 주주들의 참여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새 제도가 일단은 「책임경영」쪽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정부가 은행장 선임제도에 칼을 대기로 한 것은 현행 추천위 제도로는 책임 경영과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지난 93년5월 도입된 행장추천위 제도가 은행권의 인사관행을 개선하는데 다소나마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몇 군데서 정부 입김이 개입된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적어도 「찍어서 낙점하던」 그전에 비해서는 한 걸음 나아졌다.
하지만 은행장의 힘이 너무 강해진 부작용이 생겼다.주주들이 완전히 외면되기는 마찬가지라 계속 문제가 돼왔고 이번에 정부가손을 대고 나선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여러안 중에서 정부는 내심 「경영위원회」(3안)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이 안이 채택될 경우 은행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새 제도 역시 아직은 보완해야 할 허점이 많다.
무엇보다 현재 주요 은행의 대주주 분포를 감안하면 한국.국민.대한등 3대 투자신탁회사와 대형 생명보험사등이 대부분 대주주대표자리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대주주와 은행측의 이해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韓東禹신한은행상무).현실적으로 소액주주나 공익대표등이 은행경영을 깊숙이 알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때 대주주 대표들이 「힘을 합치면」사실상 은행경영을 지배할 수도 있게 된다.
그나마 주인(재일교포연합)이 분명하고 경영도 잘해온 신한은행의 경우 새로운 제도로 인해 사실상 주인이 바뀔 가능성도 예견된다(朴在夏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손병수.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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