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발행물량규제 得보다 失-자금흐름만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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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권당국이 시중금리 조절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회사채발행물량조정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실제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자금시장의 돈흐름을 꼬이게 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최근 증시자율화에 발맞 춰 요건만 갖추면 모든 기업에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유상증자 또는 기업공개)을 허용하듯 회사채발행물량 조정도 폐지해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물량조정의 실익이 거의 없다=증권당국은 증권업협회를 통해 매달 회사채의 발행수위를 조절한다.가령 기업의 자금난으로 단기금리가 뛰었던 지난 7,8월에는 신청물량의 78%만 허용됐고 5월에는 자금사정이 그런 대로 괜찮아 신청액 1백 %가 허용됐다.현재 물량조정대상은 전기가스.건설.무역등 비제조업체에 국한하고 제조업의 경우 업체당 1천억원내에서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전체발행물량에서 비제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선.이 정도로는 시중금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함은물론 기업들의 불만만 사게 된다.
◇조정에서 탈락된 기업들은 사모(私募)사채시장으로 몰린다=대기업을 제외하고 아무런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는 사모사채는 회사채물량 조정 강도가 강할수록 발행이 는다.연초 자금사정이 넉넉할 때 5천억~6천억원에 불과했던 사모사채발행 은 7,8월에는 평균 1조1천억원을 넘었다.
사모사채는 유통이 되지 않아 금리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는 인수처인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을 어렵게 해 결국 금리에 부담을 주게 된다.
◇자금시장의 흐름을 왜곡한다=물량조정의 또 다른 폐해는 돈흐름의 왜곡이다.당국은 지난 7월 자금시장이 불안정해지자 회사채물량 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냈다.그러자 회사채공급물량 축소에 따라 회사채금리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CD.CP 등 단기자금시장으로의 자금편중현상을 부채질했고 이는 장.단기금리 사이의 괴리확대에 기여했다.
◇왜 물량규제를 폐지 못하나=정부는 지난 상반기만 하더라도 채권시장 개방에 대비해 물량조정 폐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그러던 것이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공급물량 조정이라는 직접규제수단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증시관계자들은자금시장 규모가 커지고 종류도 다양해져 물량조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오히려 시대착오적인 물량통제는 금리구조만뒤틀리게 해 업계의 현실파악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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