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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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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중국에서는 모유 수유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엄마 가운데 유모를 구하려는 경우도 늘어나 유모의 월급이 50%나 껑충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모유는 엄마가 아기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모유 수유율은 37.4%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2002년 6.5%까지 떨어졌다가 많이 회복된 것이라고 한다.

엄마 젖은 영양소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아기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도록 도와준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는 영아 돌연사 가능성이나 소아비만에 걸릴 확률도 낮다. 논란은 있으나 모유를 먹은 아이가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보다 더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임신 7개월부터 분만 후 첫 주까지 나오는 초유에는 뇌세포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비타민A나 DHA 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결과로 2005년 호주에서는 모유 수유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연간 22억 호주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2조원이 넘는 규모다.

모유 수유에 따르는 불편함이 적지 않지만 엄마에게도 좋은 점이 많다. 모유 수유를 하면 하루 평균 500㎉가 더 소모돼 산후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모유를 수유한 여성은 난소암과 유방암,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여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연구팀은 엄마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모유의 맛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엄마가 바나나를 먹으면 불과 한 시간 안에 모유에서 그 맛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것은 엄마가 건강에 해로운 것을 먹으면 그대로 아기에게 전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레이철 카슨도 1960년대에 이미 그의 유명한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모유에서 살충제 잔류물이 검출되고, 이로 인해 갓난아기가 피해를 볼 수 있음을 경고했다. 환경오염에 찌든 현대사회에서 실제로 모유를 포장해 제품으로 판매하려 한다면 선진국의 식품안전법에 의해 금지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멜라민이 아니더라도 세상이 오염되면 엄마가 오염되고, 엄마가 오염되면 아기가 병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모유든, 분유든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면 건강한 사회도 아니고, 미래가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