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조선족 고용앞서 문화差 이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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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페스카마 15호의 흉포한 선상반란 집단 살인사건이 우리사회에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범인들이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의 파장은 더욱 크다.이 사건을 대하면서 피해자들의 유족은 물론 온국민이 지금 극심한 격분과 고 통에 싸여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실이 있다.우리와 범인들이 살아온 사회체제가 서로 다른데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간극이 이 참극의 밑바닥에 아주 무섭게 깔려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수년 전 중국에 가 한동안 머물렀을때 가장 인상깊게 느낀 것은 이른바 「철의 밥통」으로 표현되는 사회주의식 완전고용제도의 폐해였다.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했기에 어떤 직장이고간에 일거리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당연히 일하는 속도가 느리고 비효율적이었다.건물의 유리창 한틀을 네다섯명이 몰려다니면서 닦는데 한사람이 창턱에 올라가 천천히 닦고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아래 서서 잡담을 나눴다.
사무보는 직장들도 그랬다.지금 가는 곳곳마다 「빨리 빨리」라는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급하게 일을 해치우는 한국인들의 시각으론경기(驚氣)를 일으킬만한 풍경들이었다.한국의 수출회사에 취직해한국인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 한 조선족 여인은 『그간 죽을 힘을 다해 애를 써도 한국인들의 업무처리 솜씨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남몰래 정말 많이 울었다』고도 했다.
공산주의 사회라는 것은 본래 구성원들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집단이다.
당연히 남보다 부지런히 많이 일해도 더 많은 보상이나 이익을요구하지 못하는 풍조가 형성돼 있었고,따라서 남보다 부지런히 일하려고 서두르는 일이 드문 사회가 되어갔다.
그렇게 성장한 탓에 우리 한국인들의 감각에는 아주 당연한 정도의 업무량임에도 불구하고 저들에게는 인간으로선 도저히 해내지못할 극한상황의 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게다가 그들의 정서는 임금차별 문제엔 과민하게 반응 하도록 조건지어져 있다.이러한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채 그들을 고용하게 되면 뇌관이 노출된 폭발물처럼 참극이 벌어질 소지가 상존하게 된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국 조선족들을 다시보게 됐다.아주 소름끼치는 인종들」이라고 격분하고 있다.그러나 그들이 저지른 참혹한 범죄에 엄정한 처벌을 가하는 것 못지않게 시급한과제가 있다.공산국가 출신의 동포들과 우리 사이 의 기본적인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관계 정립과 대책마련의 출발점을 모색해 내는 일이다.
송우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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