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司正' 무색케 한 공직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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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비리가 광범위하며,오히려 2~3년전에 비해 뇌물액수가 커지고,수법도 대담해졌다는 검찰의 진단은 놀라움과 실망을 함께 안겨준다.사정(司正)은 현정부의 정치적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것이었다.현정부는 출범과 함께 율곡 비리등 구시대의 비리를 두루 파헤쳐 고위 공직자들을 줄줄이 단죄한바 있다.국민은 정부의 이러한 대대적 사정에 박수를 보냈고,이 윗물 맑게하기 작업이 아랫물까지 맑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를 정부와함께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수사망에 포착된 공직자의 비리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사정의 사각지대에 안주하면서 사정분위기를 이용해 더 크고 대담한 비리마저도 저질러왔음을 말해준다.이는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한푼도 안 받겠다고 선언하고,상징적으로 점심에 칼국수까지 들면서 깨끗한 정부에 대한 의지를 보였어도 그 영향이 기껏 고위공무원선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검찰의 내사결과가 아니라도 「건수는 준 대신에 액수가 늘었다」느니,「수법만 교묘해졌을 뿐 손벌리는 건 마찬가지」라느니 등등 공직사회의 비리가 여전하다는 소리는 일찍부터 있어왔다.검찰의 내사결과는 항간의 말을 확인해주고 공식화 한 것 뿐이다. 정부는 그토록 역점뒀던 시책이 이처럼 미흡한 결과밖에 낳지 못한데 대한 엄정한 분석과 함께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공직비리가 2~3년만에 자취를 감출 수는 물론 없겠으나 정부의강력한 사정작업으로 최소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검찰의 분석결과는 분명히 실망스러운 것이다.
때맞춰 정부는 이달부터 하반기 국가기강확립을 위해 공직사회에대한 대대적인 사정과 감찰활동을 펴기로 했다고 한다.이에는 부조리나 무사안일에 대한 대인감시활동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러한 직접적인 감시와 단속활동도 필요하다고 본다.잇따른 선거등으로 해서 공직사회에 대한 단속에 등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단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토록 서슬 퍼런 사정작업에도중하위직은 왜 변화가 없었나 하는 이유를 밝혀내 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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