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집값 하락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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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동산시장의 버블(거품)이 꺼지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싸게 살 수 있어 좋을 것 같지만,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미국의 금융불안도 집값 하락에서 비롯됐다. 집을 팔아봐야 집을 사면서 진 빚도 못 갚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이런 가구가 더 늘어나고, 금융사에 부실이 쌓이면서 금융위기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값 하락은 소비 둔화를 불러 경제 전체를 수렁으로 빠지게 할 수 있다. 1990년대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이 바로 그랬다.

◆불안한 한국=‘그 동네 30평형 아파트는 얼마’라는 식의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미국 금융위기가 겹치면서다. 경기도 분당 신도시의 105~109㎡ 아파트는 수년간 6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한때 7억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내동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양지청구 109㎡형 아파트가 5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서울 강남권도 마찬가지다. 대개 10억원 이상에 팔리던 서초구 고가 아파트가 9억원대로 떨어졌다. 잠원동 한신21차 132㎡형의 시세는 지난해 초 11억80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말 9억7500만원으로 2억500만원 떨어졌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 불안이 이어지고 경제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집값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폭락한 미국=미국의 집값 하락은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20대 도시의 7월 평균 집값은 1년 전보다 16.3%나 떨어졌다. 역대 최대 하락 폭으로, 두 자릿수 하락률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30%, 피닉스는 29%나 급락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집값의 70% 정도를 대출받아 집을 샀다면, 1년 만에 집을 팔아봐야 한푼도 남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를 인용해 “주택 압류가 늘어나면서 불안 요인이 더 커지고 있다”며 “2010년까지는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앞으로 2년간 미국 10대 도시의 집값이 25%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긴장하는 중국=올해 초 남부 개방도시 선전에서 시작된 집값 급락이 상하이·베이징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선전의 고급 아파트는 1년 새 50~60% 하락했다. 담보대출을 갚는 것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박경세 선전성신 부동산 사장은 “중상급인 웨이란 아파트는 지난해 가을 ㎡당 3만 위안(약 520만원)이 넘었으나 지금은 1만8000위안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버팀목이었던 상하이와 베이징 역시 하락세가 뚜렷하다. 상하이 중심가의 고급 아파트인 쥔위하오팅·상하이신창 등은 5개월 사이 20% 안팎 떨어졌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집값 하락이 금융 부실로 이어진다면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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