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체성 조정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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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전 민정비서관에 이은 박주현 참여혁신수석의 사퇴로 1기 '개혁 청와대'는 2기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정체성 재정립의 조정 국면을 거칠 것 같다. 운동권 출신인 李전비서관의 퇴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전 협의하에 이뤄졌다. 이런저런 얘기가 많지만 李전비서관 스스로가 청와대 개편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자리를 버렸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朴수석이 퇴진하는 등 청와대가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朴수석의 경우 의욕에 한계를 느끼게 했던 조직 내 관료문화에 불만이 있었다. 朴수석은 사퇴 발표 직후 "엘리베이터를 탈 때 순서를 정하는 에티켓을 지키며 사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던 스타일이고 다른 부서와의 마찰음도 더러 있었다. 朴수석까지 퇴장하며 겉으론 청와대의 개혁 색채가 탈색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어떤 충원이 이뤄질지가 盧대통령의 국정관리 방향을 가늠해줄 잣대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盧대통령의 측근 그룹으로 부산지역 총선에서 낙선한 정윤재.최인호 위원장과 설동일 부산민주공원 관장 등 개혁 2진 그룹의 청와대 입성이 예고되고 있어 큰 방향에서 청와대의 컬러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청와대 정책실 내에 신설될 예정인 사회수석비서관 인선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문재인 수석이 해왔던 노사문제 등 사회갈등 조정 현안을 담당하는 자리다. 참여혁신수석비서관도 이곳으로 통폐합이 거론되고 있다.

현 박봉흠 정책실장 밑에 권오규 정책(또는 경제)수석과 사회수석의 양 수석체제로 가게 된다. 자연스레 文전수석의 복귀가 거론됐으나 文전수석은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사람들의 말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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