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미국의 '언론플레이' 통신협상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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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름휴가를 마친 미 무역대표부(USTR)팀이 최근 정보통신부에 다음달중 서울에서 통신협상을 갖자는 연락을 해왔다.지난달 26일 미국이 한국을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한 뒤 처음으로 열리게될 협상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차에 지난 20일자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한기사는 미국의 공세를 예고하는 것으로 볼수도 있어 주목된다.
이 기사의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정부는 마침 통신분야에서의 한.미무역마찰이 가열되고 있는 때에 외국산 장비구매의 억제를 이동통신업체인 신세기통신에 권고했으며 신세기통신은 정부의 희망을 받아들여 모토로라와의 장비구입협상을 중지했다」.
이 기사는 미 정부가 「한국정부는 민간기업에 외제 통신장비구입때 압력을 넣지않겠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협정을 맺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정통부 관계자들은 미 정부가 다음 협상에서 이 기사를 「물증」으 로 내밀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최근 「목표수치 설정」에는 실패했지만 시장감시민간협의체 구성등 새로운 항목으로 체면을 살리면서 미.일 반도체협정을경신하는데 성공했다.또 대만과도 폭넓은 개방을 약속받는 통신협정을 체결했다.이제 한국만 「잡으면」 아시아 평 정은 완료되는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온 압력의 수위는 목까지 찼다고 할수 있다.그렇다고 힘에 밀려 덜렁 국내 통신시장을 내주고 두고두고 후회하기보다는 「이유있는 마찰」을 두려워하지 않고 끈질기게 나가는게 당장은 괴롭지만 나중에 후회가 없을 일이다.일본은 미.
일 반도체협상에서 수치목표를 약속했다 내내 후회하고 만회하는데수년이 걸렸다.
과거 우리정부와 기업이 미 기업으로부터 컴퓨터.통신기기등의 장비를 구입하고나서 당해야 했던 그들의 얄팍한 술수를 사례별로정리하고 분석,대응하는 자세를 취해야할 것이다.기술이전.장비 유지보수등 당초 약속을 환경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일방 파기하거나,덤핑공세도 마다하지 않고 계약을 따낸후 일단 경쟁자가 퇴장하면 다음 계약에서 온갖 구실을 붙여 가격을 대폭 올리는 외국기업들의 상투적 진출전략에 우리도 당할만큼 당한 처지다.
곽재원기자<정보통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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