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자신 위한 것” … MP3와 성적 맞바꾸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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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 딸아이가 친구들이 MP3를 목에 걸고 이어폰을 끼고 등하교하는 게 부러웠는지 자기도 사 달라고 졸라요. MP3로 영어회화를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애교를 부려요. 오늘은 학교에서 오자마자 중간고사에서 몇 점 받으면 MP3를 사줄거냐고 조르네요. 솔직히 아이가 유행가나 들을 게 뻔해 사주고 싶지 않은데 너무 집착합니다.”

“4학년생 아들이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얘기해요. 그전부터 휴대전화는 졸업식 때 사준다고 못 박았지만 소용 없어요. 그런데 예전에 책읽기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선물을 사 주겠다고 동기부여를 했더니 효과가 있더라고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휴대전화를 사준다고 할까요?”

휴대전화나 MP3,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등을 사달라고 조르는 자녀의 등쌀에 시달리다 상담을 해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교육·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로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들도 부모 심리를 알고 “열심히 하겠다” “성적을 몇 등까지 올리겠다”라는 공약을 남발한다. 그걸 이용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결국 아이들에게 맥없이 끌려간다.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 엄마는 참 단순해요. 제가 성적만 오르면 뭐든 다 해주세요. 그래서 일부러 성적을 조절해요. 성적이 적당히 나오게 하는 거죠. 엄마가 성적이 오르길 바란다 싶으면 공부를 안 해요.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오죠. 그 다음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르면 엄마는 다시 떨어질까봐 뭐든 해줘요.”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물건을 사준 게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고가의 소비재를 ‘당근’으로 이용하기에 앞서 경제·교육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판단하고 자녀를 지도해야 한다.

엄마와 아이가 소비문제로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들은 “나만 없어요!” “나만 왕따 되면 어떻게 해요!” 등으로 부모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도 한다. 솔빛이도 그런 흥정을 한 적이 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그럴거면 엄마는 차라리 공부를 못하는 편이 낫겠다. 공부 못한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적인 게임을 많이 하면 그런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성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엄마는 그런 게임기를 사줄 수 없어.”

이렇게 분명히 말해줬다. 그러나 용돈을 아껴서 갖고 싶은 걸 사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막지 않았다.

아이에게 엄마의 우려를 말해주고, 결정에 맡겼다. 아이 스스로 돈을 모아 원하는 걸 사게 하면 자기 조절 능력이 생길 수 있다.

이남수 『솔빛 엄마의 부모 내공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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