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성장률 6.7% 우리 경제 본격 하강곡선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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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성장률 6.7%로 나타난 올 2.4분기중 GDP(국내총생산)는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통계로 입증해주고 있다.
94,95년의 고성장 기분에 젖어있는 쪽에서 보면 6%대 성장은 분명히 냉기(冷氣)」를 느끼게 하는 수준이다.이미 일부 기업과 민간연구소들은 우리 경제가 연(軟)착륙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내고 있다.그러나 성장률 자체 는 아직도 심각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더구나 지난 6월 자동차회사들의 노사분규 영향을 감안하면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은 수치다.
문제는 성장의 내용과 앞으로의 추이다.우리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돌아선 후 서비스업과 민간소비가 경기를 이끌어가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대신 제조업과 투자부진이 심화되고 있다.경기가 좋았던 지난해만 해도 제조업 성장률은 10.7%로 서 비스업(10.0%)은 물론 전 산업을 압도하며 기세좋게 우리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올들어 제조업과 설비투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2.4분기중 제조업 성장률(6.5%)은 3년만에가장 낮은 수준이며,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4.4분기 이후 계속5% 미만의 증가율에 머무르고 있다.
이유는 역시 수출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특히 반도체.
자동차.조선.석유화학등 소수품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경제구조가이들 품목의 국제가격이 하락하고 엔고도 사라지면서 서비스업과 민간소비에 성장을 의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 다.
이런 경기하강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전망은 한국은행과 민간연구기관들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한은은 하반기중에도하강국면이 이어지겠지만 서비스업 성장률이 적정수준인 7%대를 유지하고 상품수출 역시 10%대(물량기준) 증가 는 가능할 것으로 보아 금년 연간성장률이 7.0% 안팎을 기록할 것(彭東俊조사2부장)으로 보고 있다.과거 경기순환 패턴을 토대로 보면 우리 경제의 하강국면은 통상 6분기(18개월)정도 지속된 뒤 상승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근거로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친 뒤 하반기부터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金榮大한은이사.柳潤河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과 설비투자의 부진을 우리 경제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현상으로 본다면 하반기에도 6.5% 이상의 성장률을 기대하기 힘들며,따라서 지난 1.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하강국면이 2년 이상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 洪淳英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있다.경기전망은 다소 다를지라도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률을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통화나 환율등단기대책을 써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별로 이견이 없다.다소 고통스럽긴 하지만 물가를 착실히 다지면서 고비용.저효율의 체질을 고쳐나가는 장기적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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