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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소신파 장관 MB 곁엔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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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8일 프랑스의 그자비에 베르트랑 노동장관은 방송국으로 출근했다. 일요 근무 자율화를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에선 원칙적으로 일요일에는 빵집·담배가게 등 일부 소매상을 제외하고는 상점들이 문을 닫도록 돼 있다. 노동자 권익과 중소 상인 보호가 이유다. 그러나 베르트랑 장관은 “일요 근무 자율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노동단체가 반대하지만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그는 앞서 좌파 정책의 상징이던 주 35시간 근무제도 사실상 폐지했다. 그래서 노동부 청사 앞에서는 “베르트랑 물러가라”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최근 교수·언론인 등이 실시한 장관 평가에서 평가 대상 장관 38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그자비에 다르코 교육장관도 개혁 정책을 꽤 내놓았다. 그는 프랑스가 오랫동안 외면했던 영어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퇴직 교사 자리를 절반만 충원하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교육공무원 조직을 축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그 역시 인기는 없지만 두 번째로 일 잘하는 장관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프랑스가 갑자기 유럽의 환경 리더가 된 배경에는 장루이 보를로 환경장관이 있다. 그는 유럽 최초로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차 값을 깎아 주거나 세금을 물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유럽 각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 정책을 연구 중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내외를 휘젓고 다니며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그의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베르트랑 등 소신파 장관들이 자기 몫을 충실히 하고 있어 가능했다. 이들은 야당 의원들과 반대 세력으로부터 질책과 야유를 받고 있지만, 어젠다에 따라 주요 정책들을 발표하고 이행하면서 사르코지의 개혁을 이끌고 있다.

우리도 이명박 정부의 개혁 정책이 빛을 보려면 이런 소신 있는 장관들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개혁하려고 해도 장관들이 보신이나 인기를 위해 외부 눈치나 보고 있으면 개혁이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사르코지 개혁을 벤치마킹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각의 면면을 살펴봐야 한다.

전진배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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