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 한총련본부 사무실 왜 폐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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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려대가 22일 학생회관내 한총련 사무실을 폐쇄키로 결정한 것은 최근 연세대를 점거하는등 과격 폭력시위를 주도한 한총련을교내에 남겨둘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특히 고려대의 이번 조치는 학생회측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눈치보기에 급급하던 기존 자세를 버리고 단호하게 「운동권학생 척결」을 선언한 것이어서 대학가 전체에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고려대의 이번 결정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고려대 홍일식(洪一植)총장은 21일 연세대에서 열린 전국 3백15개 대학 총.학장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온 다음날인 이날 오전 배종대(裵鍾大)기획처장을 불러 긴급처장회의 소집을 지시했다.이어 오후2시부터 진행된 처장회의에서는 洪총장과 보직교수들 대부분이 한총련 사무실 폐쇄에 공감을 표시하고 학생처 직원을 통해 전격적으로 사무실 폐쇄에 나설 것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려대측은 올해초부터 서신과 구두로 한총련측에 사무실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학생들의 반대에 부닥쳐 뜻을 이루지 못하다 전날 총.학장회의에서 안병영(安秉永)교육부장관이 불법.불건전 이념서클에 대한 학내공간 제공 금지를 지시하고 학생지도 결과를 대학평가에까지 반영하겠다는 발언에 자극받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측은 이날 비록 학생들의 반대로 한총련 사무실 전격 폐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학측과 학생들간의 한바탕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한총련 林채경 부문계열사업국장은 『정부와 대학은 이번 기회에 정당한 주장을 펴는 학생들을 이적.용공으로 몰아 뿌리뽑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무슨 일이 있어도 사무실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3년 전신인 전대협에 이어 출범한 한총련은 이날 고려대측의 전격적인 사무실 폐쇄조치 결정에 이어 검찰이 「한총련 해체반」까지 구성키로 함에 따라 존립 자체에 최대 위기를 맞게됐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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