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도 28조원 지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미국 의회와 정부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 자동차 업계에 무려 250억 달러(약 28조7000억원)를 싼 금리로 빌려주기로 했다. 부동산 담보대출에 물려 파산 지경에 이른 대형 금융회사에 이어 제조업체까지 정책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AFP통신은 1980년 도산 위기에 빠진 크라이슬러에 6억7500만 달러를 긴급 대출한 이후 28년 만에 다시 정부 지원이 이뤄지게 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 미 상원이 자동차 업계 지원안을 포함해 모두 6300억 달러 규모의 예산 법안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지난주 하원에 이어 이날 상원을 통과함으로써 곧 백악관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미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자동차 업체들은 머잖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는 물론 미국에서 20년 이상 공장을 가동해온 닛산·혼다 등 외국 업체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 빅3는 최근 수년간 일본 등 경쟁국 자동차에 밀려 판매량이 줄고 시장점유율은 떨어져 왔다. 이들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미국 자동차의 연비를 높여야 하며, 이에 필요한 생산라인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 달라며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여왔다.

그레그 마틴 GM 홍보 이사는 “미시간에 설립한 새 엔진 공장과 같은 신규 프로젝트에 대출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지원안이 싼 이자의 대출인 만큼 구제금융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