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에세이] 매케인 대선 전략 사르코지와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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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프랑스 우파 여권 후보였던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유는 ‘단절(RUPTURE)’의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선거 전 프랑스 유권자들은 자크 시라크 정부에 부정적이었다.

그의 집권 12년 동안 국민소득 순위가 열 계단 가까이 밀려났고, 높은 실업률과 치안 불안 등 모든 게 뒷걸음질만 쳤다.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했다. 그 때문에 사르코지로서는 시라크 정부의 연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이 절실했다. 자칫 시라크의 실정을 모두 뒤집어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들고 나온 전략이 ‘단절’이었다. 그는 기회만 되면 “‘옛날 정치’ ‘옛날 사고’ 등을 모두 끊겠다”고 강조했다. 르피가로의 외교전문기자 알랭 바를루에는 “사르코지는 ‘단절’이란 단어 하나로 시라크와 전혀 다른 정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누가 여당 후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국제문제 담당 언론인 알랭 왕은 “사르코지의 ‘단절’은 시라크뿐 아니라 과거 정치의 부정적인 면을 모두 포함했다”고 밝혔다. 미테랑이나 시라크도 하지 못했던 오랜 좌우 대립 정치의 청산 약속 등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실제로 사르코지는 첫 조각에서 좌파 인사를 대거 등용했다.

요즘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프랑스에선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사르코지에 비유하고 있다. 매케인도 같은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8년에 대한 많은 국민의 불만으로 고전하자 부시와의 차별화에 부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매케인은 ‘변화’를 외치고 있다. “공화당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 이단아가 될 것”“신뢰 잃은 공화당과 낡은 워싱턴의 무리 대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 변화가 오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르몽드의 한 칼럼니스트는 매케인의 차별화 전략은 사르코지의 ‘단절’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략으로 매케인과 사르코지는 현직 대통령과는 소원해지기도 했다. 사르코지가 대선 후보에 지명될 당시 시라크는 인사말을 하지 않았다. 부시가 4일 전당대회에 불참한 것도 ‘섭섭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결과는 미지수다. 사르코지는 ‘단절’이란 전략으로 승리했지만 매케인은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깜짝 발탁해 잠시 매케인 지지율이 올라갔지만, 미 금융위기가 터지자 다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뒤처지고 있다.

바를루에 기자는 “사르코지는 야당 후보보다 더 도전자적인 개혁 정책으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줬지만 매케인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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