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았습니다] 기아 포르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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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기아차가 최근 내놓은 준중형 세단 포르테(사진)는 수입차에 필적할 만한 발군의 코너링 실력을 보여줬다.

시승차는 최고급형인 SLi 모델로 가격은 1711만원이다. 이 차는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롤스로이스를 잡아 먹을 만큼 럭셔리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지나친 기대만 접으면 탈 만한 차다. 겉모습은 세련되고 날렵하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호랑이 형상의 ‘패밀리 룩’은 기아의 다른 차 로체와 통일감을 준다기보다 포르테만의 특징으로 보는 게 나을 듯하다. 솟아오른 트렁크 리드 등 뒷모습은 날렵한 앞모습과 조화롭다.

버튼으로만 시동을 걸고 끌 수 있는 스마트키, 순간 연비 표시 기능은 매우 편리하다. 외관은 럭셔리 준중형인데 실내 마무리와 소재는 아직 소형차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반떼보다 재질감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패널에선 원가절감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엔진 튜닝이다. 포르테는 아반떼와 같은 1.6L 감마엔진을 달았다. 최고출력은 124마력으로 아반떼보다 3마력 더 좋다. 스포티한 주행성능에 비해 정작 중요한 토크(15.9kg·m) 개선은 거의 없다. 액셀의 응답도 더디다. 최고마력만 신경 쓰다 보니 시속 80㎞까지 가속이 답답하다. 이후부터는 가속감이 좋아진다.

현대·기아차 연구소는 최고마력에 너무 신경을 쓴다. 마력 경쟁은 2000년께 끝났다고 보면 된다. 요즘 자동차 소비자에게 마력은 디자인·가격·소재라는 요소보다 한참 뒷순위다. 엔진이 자동차의 중요한 부품이지 전체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급 일본차는 출력이 뒤져도 토크가 뛰어나 중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맛이 좋다. 닛산 엔진을 쓰는 르노삼성의 SM3는 107마력이지만 오히려 포르테보다 답답함이 덜하다.

달리는 맛은 가솔린보다 토크가 60% 이상 좋은 디젤(26.5kg·m)이 제격이다. 가격이 200만원 비싸 국내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코너링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뒷바퀴 서스펜션은 요즘 유행하는 좌우 독립현가장치가 아니다. 좌우를 한 덩어리로 연결하는 일체형(커플드 토션 빔 액슬)인데 이 차의 스포티한 주행 성능에 잘 맞는 듯하다. 몇 번의 좌우 급커브를 연속 시도해봤을 때 꽁무니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정숙성도 좋다. 적당한 엔진음 이외에 다른 잡소리나 고속에서 바람소리도 별로 없다. 포르테의 강점 또 한 가지. 뒷좌석 가운데 바닥높이를 기존 세단의 3분의 1까지 낮춰 세 사람이 타도 중간이 편하다. 이런 게 한국차가 일본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요소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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