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김덕수 내달 4일 예술의전당서 듀오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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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판소리계의 스타 안숙선(安淑善.47.)과 사물놀이의 대명사 김덕수(金德洙.44).어릴 때부터 국악에 입문한 이 두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9년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각각 남원과 충남 대표로 참가하면서부터.그후 이들은 40년가까 이 오누이처럼 각별한 사이로 지내왔다.더욱이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보유자였던 향사(香史)박귀희(朴貴姬)명창의 수제자들이 아니던가.
명인(名人)의 세계는 서로 통하는 법.세계 각국을 누비며 우리 가락을 세계인들에게 선사해 온 이들은 전통음악은 물론 장르를 초월한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만들어오고 있다.또 金씨는 78년 당시 육군본부 군악대 시절 사물놀이를 창단했고 ,安씨는 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판소리 무대에 섰으니무대경력도 비슷하다.
이들은 비인기 종목인 국악공연의 특성상 도와가며 찬조출연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재즈.록.판소리와 크로스오버 작업에 관심이 많았던 金씨가 공연할 때면 「누이」는 구음(口音)으로 흥을돋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옴니버스 양식의 다채로운 국악무대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이들이 다음달 4일 오후7시30분 『공감(共感)』이란 제목의 듀오 콘서트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이번 공연은 사물놀이.판소리.가야금병창 등 국악 의 진수를 선보이는 무대로 94년 국악의 해 이후 다소 침체상태에 놓였던국악무대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막이 오르면 출연자들은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길놀이로 공연 시작을 알리면서 분위기를 돋운다.김덕수패 사물놀이가 등장해 질펀한 쇠가락을 두드리면 安씨가 『춘향가』중 「사랑가」를 부르고 金씨의 설장구 독주가 이어지면 판소리뿐만 아니라 가야금 병창에도 일가를 이룬安씨가 박귀희류 가야금병창으로 『심청가』를 부른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안숙선.김덕수 듀오가 들려주는 판소리 『수궁가』중 「토끼와 자라 대목」.安씨가 토끼,金씨가 자라역을 맡아 2인극을 펼치는데 金씨의 구수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와 연기에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수 있는 오누이의 호흡이 빚어내는 환상의 앙상블이 기대를 모은다.
마지막 순서로 전 출연진이 판굿을 벌인 후 安씨의 흥겨운 『농부가』와 『소고춤』이 이어진다.또 관객과 연주자가 한마음이 되어 질펀한 뒤풀이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김덕수패 사물놀이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94년 예술의전당측이 음향상의 이유를 들어 사물놀이 공연을불허한 이후 오랜만의 일이다.
현재 삼성뮤직 전속아티스트로 공연뿐만 아니라 레코딩 작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베를린우파 파브릭에서 열린 「베를린 난장 96」에 함께 참석하고 돌아왔다. 두 명인은 기회가 닿는대로 국내 앙코르 공연 외에도 내년초 베를린.호주등 해외에서도 합동공연을 펼칠 예정이다.(02)747-827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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