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종교지도자 인정 일본 불교.성공회 相反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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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불교와 성공회에서 여성사제에 대한 정반대의 결정이 내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조도신슈(淨土眞宗)의 한파인 오타니(大谷)파는 지난달 교토(京都)에서 열린 종회에서 여성주지를 인정하는 의안을 통과시켰다.반면 일본성공회는 도쿄(東京)에서 열린 총회에서 여성사제를 인정해달라는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성공회의 경우 성직자.신도대표 표결에서는 찬성표가 규약개정에필요한 3분의2를 넘었지만 주교들의 표결에서 6대4로 반대가 많아 의안이 부결됐다.
일본 불교의 주지는 전통적으로 남자에 한해 가능했다.그러던 것이 5년전 오타니파가 남자 후계자가 없는 경우에 여성의 주지승계를 인정하기로 했다가 이번에는 조건없이 여성주지를 인정하게된 것이다.
오타니파에는 현재 약 7천8백명의 남성주지에 여성주지는 15명정도. 대처승이 주류인 이 종파의 여성차별 철폐운동은 주지들의 부인모임과 종단내 「여성차별을 생각하는 모임」등이 주도하고있다.특히 주지의 부인들은 사찰의 유지와 운영에 관계하면서도 남편에게 종속되는 신분에 지나지않고 역할도 평가되지 않 아 상당한 불만을 가져왔다.
그러나 오타니파 내부에서는 여성차별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주지를 계승하는 것은 아직도 원칙적으로 아들이나 손자가 우선하기 때문에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갖춘 여성일지라도 주지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이번 규약개정은 현상을 추인했을 뿐이다.아들.손자로 내려가는 세습제가 근본적 문제다.원래 사찰은 가족의 것이아니고 구도하는 사람들의 것』이란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반면 일본 성공회가 여성사제를 부인한 것은 가톨릭과 가 깝다는 성공회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성공회의 종주국인 영국도 지난 94년 처음으로 여성사제를 인정했고 다른 나라도 뒤따르는 추세.이에따라 일본성공회 주교단은 『찬반 양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조직이 분열되는 것을 방치할수 없다』는 이유로 의안을 부결시켰지만 다른 나라의 성공회보다 훨씬 보수적이란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일반사회의 틀 밖에 있는 것처럼 생각돼온 일본 종교계도 사회 전체가 성차별을 철폐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한 계속되는 도전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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