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임기 내 ‘핵 검증’ 목표 정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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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놓고 연일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미국은 절제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 관리들이 여러 차례 공통적으로 거론한 단어가 있다. ‘부침’(Up and Down)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4일 “지금까지도 6자회담 과정에는 부침이 있었다”고 말했다.북한이 조성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 완전한 판깨기는 아닐 것이란 상황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 성명도 이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에 대해 “실망스럽다” “국제사회와 6자회담 당사국의 기대에 반하는 것으로 북한의 고립만 초래할 것”이란 수준의 반응에 머물고 있다. 대북 경고나 제재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이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한 핵무기 완전 폐기(3단계)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로 대표되는 2단계는 완료하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방미 중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4일 “미국이 부시 임기 중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핵협상의 핵심 문제인 검증과 관련해 북·미 간 막판 절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미 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핵협상을 끌어가는 실체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면 된다. 한·미·중 3국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특사 방북설에 대해서도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며 여운을 남겼다. 물밑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발언들이다.

북핵 협상에 정통한 미국 측 인사는 24일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시료채취(샘플링)를 포함한 핵 검증”이라며 “미국이 북한 내 핵시설 전반에 대한 검증과 방문 요구를 포기하고, 일부 영변 핵시설 검증에만 국한할 경우 북한과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이 인내하는 것은 아직 북한이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협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같은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로 북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도 협상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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