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뒷걸음 친 '정보공개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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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보공개법안이 1년여의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정부안으로는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오랫동안 논란만을 거듭해온 정보공개법안이 국회의 심의에 부쳐질 채비를 갖춘 것을 일단반갑게 여긴다.처음 도입되는 제도여서 이 법제정 의 의의가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와 행정의 민주성을 동시에 확보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법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정부내에서조차 이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비밀주의와 행정편의주의,그리고 노파심이 지나쳐 지난해 7월 입법예고했던 내용보다 더 뒷걸음질친 법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지난해의 입법예고안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비공 개대상이 많고,공공기관의 비공개결정에 대한 불복.구제수단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바 있다.그런데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은 이에 한술 더떠 통일.통상.재정.금융.부동산등의 정보를 굳이 명시해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했다.또 불복.구 제수단의 하나인 정보공개위원회 설치규정은 아예 삭제하고 행정심판으로 대체해 버렸다.
공개해선 곤란한 통일.통상.재정.금융.부동산관계 정보는 원안규정으로도 얼마든지 공개하지 않을 수 있었다.그런데도 굳이 그것을 하나하나 명시적으로 열거하면서 비공개대상으로 규정한 것은그 관계정보는 모두 정부가 독점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낸다.따라서 정부의 그러한 횡포를 견제.제한할 수 있는규정의 마련이나 법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보공개위원회는 바로 공공기관의 그러한 횡포를 견제.제한할 수 있고,견제의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장치였다.행정심판에는 이의신청에 대한 처리결과의 공표등과 같은 여론환기의 장치가 없고,권리구제도 늦어지며,심의도 비전문적이 될 가능 성이 크다.
좋은 취지에서 정부 스스로 도입한 제도인만큼 입법취지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이제 국회 심의과정이 남았다.국회 심의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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