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추행범 뒤쫓아 맨몸격투 31세 한 家長의 義로운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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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밤중 대로변에서 여대생을 성추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던 범인에 맨몸으로 맞서던 회사원이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의로운 죽음의 주인공 최성규(崔成圭.31.유타콜랙션영업과장.
서울광진구중곡동)씨가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것은 10일 오후10시쯤. 자신이 관리하는 서울중구명동 「유타」신발매장 업무를 마치고 승용차를 몰고 성동구성수2가에 있는 회사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우연히 길 건너편을 바라보던 崔씨는 술에 취한 박영곤(朴永坤.31.공원.서울서대문구연희동)씨가 귀가하던 李모(21.
D여대2)양을 강제로 골목안으로 끌고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李양이 『사람 살려』라고 비명을 지르는 순간 범인이 갑자기 흉기를 꺼내 李양의 목과 양팔을 찌른뒤 달아났고 崔씨는 반사적으로 차에서 뛰어내려 뒤를 쫓기 시작했다.
15가량을 달아나던 범인이 뒤돌아서며 칼을 들고 위협했으나 崔씨는 물러서지 않고 격투를 벌이다 범인이 휘두른 칼에 복부를찔려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공포탄 4발을 쏘며 추격전을 펼쳐부근 주택 옥상에서 범인을 잡았을 때는 崔씨가 이미 숨을 거둔뒤였다. 솔선수범하고 성실한 자세로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崔씨는 동네에서는 모친을 극진히 모시는 소문난 효자였다. 崔씨는 93년 부인 조미숙(趙美淑.30)씨와 결혼,두살난 딸 예지(禮智)양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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