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발상지서 ‘한·중 화합의 밤’ 펼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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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지난해 열린 중국의 날 문화 축제에서 관람객들이 사자춤 공연을 보고 있다(右). 인천시 북성동 차이나타운 입구에 서 있는 패루(右).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현재 50여 곳의 중국 관련 업소가 있다. [인천시 제공]

 24일 낮 인천시 중구 북성동의 차이나타운. 주루(酒樓)·각(閣)·성(城) 등으로 끝나는 청요리집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 곳곳에서는 가로등과 아스팔트를 손질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번 주말 이곳에서는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가 3일 동안(26∼28일) 펼쳐진다. 인천은 ‘산둥성의 닭 울음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과 거리도 가깝고 왕래가 많은 곳이다. 125년 역사의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올해 7회째 열리는 이 축제는 이제 국내 최대의 한류(漢流)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는 한·중 국민 간의 우호 증진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관심이 높다.

중국의 날 축제는 양국 문화예술 합동공연인 ‘한·중 화합의 밤’(26일 오후 7시)으로 막을 올린다. 중국 측에서는 인천시의 자매도시인 충칭(重慶)시 문화대표단과 대만의 용사단이 초청됐다. 매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차이나타운·자유공원 일대에서는 한·중 문화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둘째 날 27일 오후 2시에는 ‘중국 문화 바로 알기 도전! 골든벨’이 펼쳐진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중국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오후 3시30분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 광장에서는 전국의 중식 조리사들이 참가하는 중국요리 경연대회가 열린다.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 6시30분에는 외국인 근로자, 결혼 이민자, 유학생, 관광객 등이 참가하는 주한 외국인 가요제가 열려 다문화 시대 국제도시 인천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중흥 기약하는 차이나타운=인천 차이나타운은 1884년 4월 북성동 일대가 청나라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설정되면서 형성됐다. 청나라 영사관과 화교학교가 들어서고 산둥반도와 정기선(船)이 왕래하면서 한때 3000여 명의 화교가 거주하기도 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 화교들이 대거 미국·동남아시아 등으로 떠나가면서 인천 차이나타운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광복 이후에도 부동산 취득 제한 등의 차별 정책으로 쇠퇴가 거듭됐다. 손덕준(52) 차이나타운번영회 회장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겨우 학교 하나가 남아 있을 정도로 황폐했었다”고 말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90년대 들어 한·중 수교와 카페리 항로가 열리면서 다시 일어서고 있다. 2001년 관광특구에 포함되고 지난해에는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되면서 거주 화교도 매년 10% 정도씩 늘고 있다. 현재 11만여㎡에 중국음식점 26곳과 특산품점·어학원 등 중국관련업소 59곳이 있다.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화교는 200여 가구에 600여 명.

다음달 11∼12일에는 이곳 26개 청요리집들이 중심이 돼 ‘인천 자장면 축제’도 개최된다. 한국인이 하루 700만 그릇을 먹어 치운다는 자장면의 원산지도 인천 차이나타운이다. 1905년 이곳 공화춘이라는 요리집에서 중국인 부두 노동자들을 위해 처음 내놓은 것이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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