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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의 핵심은 안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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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나라가 항공 안전에 대한 국제 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유엔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달 초 우리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항공안전종합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8.82점(국제표준 이행률)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받았다. 기본법령·기술인력 등 2개 분야에서는 만점인 100점을 받았다. 또 세부규정·항공조직·안전감독 등의 분야에서도 97∼98점대의 높은 점수를 얻어 전 분야에 걸쳐 만점에 가까운 국제기준 이행률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평가를 받은 108개 국가 중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7년 전만 해도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의해 항공안전 2등급 국가로 평가받았다. 항공 안전 후진국으로 낙인 찍혀 국가 신인도를 추락시킨 가슴 아픈 경험을 공유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항공 분야 업무의 국제표준화와 각종 규정·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룩했다. 항공 전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큰 박수를 보낸다.

 국제민간항공기구로부터 이처럼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니 과거에 우리에게 수모를 주었던 미국도 앞으로는 더 이상 우리나라의 항공 안전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들도 국제노선 확장을 위한 항공회담 시 항공 안전 문제로 발목을 잡히지 않게 되어 앞으로 항공운송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항공운송산업 분야는 특성상 운항이 영토 내로 국한되지 않으니 우리가 경쟁력만 갖춘다면 전 세계를 우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그야말로 블루오션 분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 우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항공안전 선진국의 자리를 확보해 나아가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국토해양부는 이번 평가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항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항공선진화 사업이 사업 목적에 맞도록 연구가 진행돼 이를 바탕으로 국제 규격에 맞는 항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항공안전 관련 선진 기술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항공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번 항공안전종합평가는 우리나라가 안전 관련 제도를 확립하고 그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확인받은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이러한 국가안전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도록 조직이 강화되고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인사의 배치는 물론 장기적인 보직 관리가 요구된다. 또 교육 훈련 등을 통해 능력을 개발하는 일에도 게으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항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는 항공안전 프로그램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항공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돼 있다. 각 기관은 형식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그치지 말고 최고 경영자부터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정부 또한 이번 기회에 항공 선진국에 비해 너무도 열악한 일반항공 기반을 확충해 주었으면 한다. 국내 조종사 양성 기관의 육성과 더불어 일반인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조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양양·울진공항 등 유휴 시설을 활용해 조종사 양성 교육 환경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 발전적으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국제적인 항공 교육 기관 설립도 준비돼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로부터 세계 최고의 평가를 받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민 모두가 철저한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안전을 생활화하는 항공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칠영 한국항공대교수·항공운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