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 결심공판-전두환피고인 최후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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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본인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법정에 서게된 것을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며 이러한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구호 아래 과거정권의 법통과 정통성을 심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실의 권력이 제 아무리 막강하더라도 역사를 자의로 정리하고 재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본인은생각합니다.
또 국가의 계속성과 헌정사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도 정권이 바뀌었다 하여,그 정권의 정치적 시각과 역사관에 의해 과거 정권의 정통성을 시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건국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과 국정담당자는 온갖 역사적 시련을 그때마다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였기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민족의 역사상 처음으로 자급자족하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기틀을 만들어 놓았다고 본인은 확 신합니다.
건국 이후의 우리나라 역사가 독재와 부정부패로만 뒤덮인 암흑의 시기였다면,어떻게 오늘날의 번영이 가능하였겠습니까.
따라서 지난 반세기의 대한민국 역사는 이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하며 의도적으로 매도만 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본인도 국정을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서 10.26사건 이후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였으며,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는 정의로운 선진조국을 창조하려는 개혁의지를 가지고 국정을 수행했습 니다.
그러나 본인의 부덕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정책수행의부작용이 발생해 불편과 피해를 준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난 89년12월30일 당시 여야 4당의 합의에 의해국회 증언대에 섰을 때 이미 과거에 있었던 모든 잘잘못에 대한궁극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 한사람에게 있으며 이를 위해 국민이 원한다면 감옥이든 죽음이든 그 무엇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이미 개인적으로는 버마(현 미얀마)에서 수많은 국가의 인재들을 잃고 이 땅에 홀로 귀국했던 그날부터 하루하루의 삶을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는 뜻으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여분의 인생이라생각하고 보내왔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본인은 생명에 연연하거나 처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없으며 오직 바라는 것은 본인 하나의 처벌로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를 막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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