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방송-KBS2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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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한민국 남자들이 모이면 열을 올리며 가장 신나게 이야기하는화제가 군대에서 겪은 경험담이다.별로 신날 것 같지 않을,오히려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같은 일들을 아련한 향수까지 느끼며 회상에 빠져든다.이런 것을 보면 군복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색다른 경험으로 가득찬 미지의 세계인 것만은 확실한가 보다.
KBS-2TV의 『신고합니다』는 병역을 필한 사람들에게는 지나가버린 젊은 시절의 한때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이다.어려웠던 기억은 지워버리고 그때가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재미있는 추억들만을 모아 다시 한번 그 시절을 만끽하게 한 다.또 한편으로 병역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무섭게만 느껴지는 군생활을 유쾌하고 즐거운 남자들의 천국처럼 소개한다.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다양하게 벌이는 해프닝은 군대라는 조직 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나는 모험으로 묘사된다.고된 훈련,고 참이 주는 기합등 감내하기 어려운 일들도 갖가지 양념으로 버무려 웃음을 자아내고 가볍게 넘어간다.그래서 이 드라마는 일단 재미있다.
반면에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겪어야 하는 갈등은 나타나지않는다.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사회와의 단절에서 오는 고립감,구속으로 인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군대경험이 있는 남자들이 군대이야기 만 나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는 것은 그들이 군대생활을 편하고 즐겁게 해서가 아니다.힘들었던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사람들만이 느끼는 긍지와 자랑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런데도 『신고합니다』는 군생활을 너무 가볍게 다룸으로써 젊은 시절에 겪을 수 있는 귀한 경험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요즘 군복무를 기피하는 신세대에게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군대의 이미지를 바꾸는데에만 신경을 썼지 미화된 정보로 인해 나중에 겪게 될 혼란은 배려하지 않고 있다.결국 이 드라마는 보고 즐기는 드라마지 군에 대한 바른 정보를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인 차이병(차인표 분)을 돋보이게 하려고 주변인물들을 너무 희화화한 것도 문제다.그래서 매사에 심각한 그는 드라마 속에서 혼자 겉돈다.재미있는 장면에서는 빠지고 문제가 발생할 때만 등장한다.내무반의 해결사인 그는 항상 다른 동료들과 구분된다.물론 그는 육사를 다니다가 본의 아니게 중퇴하고 입대했기에 보통 신병들과는 다르다.그러나 아무리 그가 육사를 다닌 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병이 소대장에게 추일병(권해효분)의 전출을 취소해달라고 선배로서 부탁하는 설정은 무리다.
『신고합니다』는 현역병 탤런트들을 출연시킬 만큼 군의 지원을받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군이 엄격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국민과 가까워지기 위해 지원한 이 드라마가 군대의 이미지를부드럽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극적 인 재미를 위해현실을 외면한다든가 군대의 기본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일은 삼가야겠다.군대란 사실만을 늘어놓더라도 충분히 극적이고 이야기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전상금 여상단체協매스컴모니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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