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大丈夫-양심대로 행동하는 당당한 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의 돌은 칼 가느라 다하였고) 豆滿江水飮馬無(두만강의 푸른 물은 말 먹이니 없어졌네) 男兒二十未平國(남아 스무살에 천하를 평정하지 못한다면) 後世誰稱大丈夫(후세 그 누가 대장부라 하겠는가) 조선초 남이(南怡)장군의 시로 기개(氣槪)가 넘친다.지금은 「大丈夫」를 호탕한 남자쯤으로 알고있지만 본뜻은 좀 다르다.본디 이 말은 맹자(孟子)로부터 나왔는데 일명 「위장부(偉丈夫)」라고도 했다.
종횡가(縱橫家) 경춘(景春)이 한번은 맹자를 만나 같은 종횡가였던 장의(張儀)와 공손연(公孫衍)이야말로 진정한 大丈夫가 아니겠느냐고 치켜세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맹자는 평소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므로 단호히 「노!」라고 말하면서 大丈夫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다.
『군주에게 비굴하지 않고 인의(仁義)의 도를 실천하며,어떤 유혹이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빈천(貧賤)해도 마음이 변치 않는 「부동심(不動心)」의 소유자가 大丈夫다.』 이를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한다면 大丈夫는 현실에 영합하지 않고 오직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자가 아닐까.
그 大丈夫의 반대가 소장부(小丈夫) 또는 졸장부(拙丈夫)다.
그런데 일본어에서 大丈夫는 「괜찮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같은 단어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