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재산공개 철저한 검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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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말이 있다』고 한다.궁색한 변명을 꼬집는 말이다.
15대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의원들의 재산은 그야말로천차만별이다.1천억원이 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빚더미에 앉은의원도 있었다.
1년새 1백억원 가까이 재산이 늘어난 의원도 있다.반대로 60억원이나 줄어든 의원도 있다.의원들은 저마다 이유를 댔다.대부분은 주식핑계를 댔다.하기야 지난 1년동안 주가가 요동을 쳤다.그런대로 납득할만한 이유는 됐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바로 수십년을 공직생활만해온 의원들의 엄청난 재력규모다.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그토록 재산이 많은지 알 수가 없다.3공의 고위관료를 지낸 한 의원은76억원,또다른 한 의원은 67억원을 각각 등 록했다.얼마전까지 고검장을 지낸 한 의원은 45억원을 등록했다.
엄청난 유산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또 부인이 돈을 크게 벌었다는 흔적도 없다.물론 둘러대는 이유는 있다.주식가격및 부동산 가격 상승등이다.
그러나 그야말로 애를 낳은 처녀가 하는 말이다.월급을 모아 그 많은 재산을 모았다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궁금하다.
공직자 출신으로 변호사 생활도 했던 한 의원은 전국 8개 시도에 30여건의 부동산을 가진 것으로 신고했다.부인 명의의 빌딩도 있다.그러나 등록재산총액은 14억원에 불과했다.18억원에달하는 빚이 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실제로 빚 이 있는지를 따지고 싶진 않다.
그러나 빚을 질 정도로 돈이 필요했다면 부동산을 먼저 팔았어야 했다.그것이 공직자의 윤리다.
또 지난 총선거에 전국구후보로 당에 특별헌금을 낸 것으로 소문난 몇몇 의원의 재산변동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도 기이하다.
특별당비를 내지 않았다는 것인지,은닉재산으로 특별당비를 냈다는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의원들을 비난해선 안된다.남다른 재테크 기술이 있다면 오히려 본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들은 그 기술을 말하지 않는다.혼자만 알고 싶은가 보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문제가 있든지.
더욱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이번 총선에 의원들은 상당한 자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렇다면 다만 얼마라도 재산이 줄었어야 한다.그러나 총선비용 때문에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한 의원은 한명도 없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재산공개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철저한 검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연홍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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