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두환 정권까지 감싸려는 국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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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방부가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불온서적이라며 군내 반입 중지라는 유치한 조치를 취했던 국방부가 이번엔 고교 교과서 개정안에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문제가 되자 철회했으나, 국방부의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현행 교과서에는 역사적 사실조차 왜곡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훼손하고 북한을 미화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의 경제성장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북한의 한국전쟁 발발 책임은 얼버무렸다. 따라서 국방부가 이런 대목들을 개정하려는 의견은 정당하고 옳다. 이승만 정권에 ‘공산주의 확산 방지 기여’라는 평가를 내린 것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의 본질에는 눈을 감고 ‘일부 친북 좌파의 활동을 차단했다’는 식의 긍정적 평가는 어불성설이다. 전 정권은 ‘반민주 폭력정권’이었다. 무력으로 군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광주 학살을 자행했다. 강압적으로 언론 통폐합을 추진했다. 부정부패의 악취도 진동했다. 친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한 것이 아니라 그 군사정권의 결과로 좌파가 발호했다. 이런 정권에 호의적 시각을 보이다니 국방부 수뇌부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박정희 정권의 평가도 손질을 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헌법 위에 존재한 대통령’이라는 기존 교과서 내용을 ‘민족의 근대화에 기여’로 수정하자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에게는 두 대목 모두 적용된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판단이라고 본다. 따라서 ‘헌법 위에 존재한 대통령’이라는 부분을 삭제할 것이 아니라 근대화의 공로를 추가하면 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좌편향 역사관을 수정해야 한다는 우파(右派)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되 객관적 사실과 균형 잡힌 시각이 토대가 돼야 한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에는 바로 이런 우편향에 기인한 왜곡이나 편견이 들어 있다. 국방부는 역사와 시대 흐름에 관해 좀 더 고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