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들 사업자금 다툼 60세 부부 편갈려 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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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남1녀를 낳고 40년 넘게 살아온 부부가 장.차남의 사업자금 다툼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자식 편을 들다 남남으로 갈라섰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徐相弘부장판사)는 23일 부인金모(60)씨가 남편 李모(60)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흔치 않은 60대부부의 이혼을 법적으로 허용했다.54년 10대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 잘 살아온 이들에게 불 화가 시작된것은 87년 군 제대후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의 사업자금지원부탁을 형인 첫째 아들이 거절하면서부터.
첫째는 서울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며 상당한 재력을 갖고 있었지만 중학교만 졸업하고 양복점.쌀가게.택시회사등을 전전하며온갖 고생을 한 뒤였다.
더구나 한창 고생할때 어머니 金씨가 남편 몰래 2백만원을 마련해준 것을 놓고 부부싸움이 벌어져 집을 뛰쳐 나온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엔 첫째의 행동을 야박하다고 생각한 어머니 金씨가둘째를 직접 돕겠다며 살고 있는 주택겸 점포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이전해줄 것을 남편에게 요구하는 바람에 金씨와 둘째,李씨와첫째가 한편이 돼 맞서는 형국이 돼버렸다.
여기에 둘째가 형에게 『고기장사하는 무식한 ×』이라고 소리치는 사건까지 벌어져 李씨부부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93년12월 아버지 李씨가 둘째를 버릇없다고 나무라자 金씨가 둘째 편을들며 남편에게 달려든 것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 았다.
그날 이후 金씨는 둘째의 방에서 「한지붕 두가족」생활을 시작하면서 첫째에게 『아버지를 모셔가고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고 이어 소송을 내고 둘째와 함께 집을 나와버렸다. 재판부는 노부부가 더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고 판단,이혼결정을 내린 뒤 『자식들간의 분쟁에 일방적으로 한쪽편을 들어 가정불화를 자초하고 집을 나간 金씨에게 잘못이 있지만 李씨도 가장으로서 분쟁을 적절히 중재하지 못하 고 불화를 증폭시킨 잘못이 있는 만큼 서로 위자료 없이 재산만 반씩 나눠 가져라』고 밝혔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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