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세탁 임태수씨 美서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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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수백억원대의 돈을 세탁하는 데 관련된 의혹을 받아온 전직 금융인 임태수(47)씨가 29일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林씨는 대북 송금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도피해 검찰의 수배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林씨가 한국에 송환되면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 등이 현대에서 비자금을 받아 관리한 과정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林씨는 고(故)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朴씨와 權씨에게 각각 줬다는 150억원과 200억원을 김영완(51.해외 도피)씨에게서 넘겨받은 뒤 사채시장 등에서 세탁하는 데 간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權씨가 현대 외의 다른 기업들에서 받은 10억여원을 관리한 의혹도 받고 있다.

林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머물고 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본지 취재팀을 만나 '돈세탁'에 간여한 사실을 시인했다. 林씨는 "2000년 4.13 총선이 끝난 뒤 김영완씨가 50억원을 맡겨 관리를 했었다"면서 "돈세탁을 한 뒤 수표와 현찰로 섞어 金씨에게 전달하곤 했다"고 말했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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