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영재들에 불리한 종생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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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빈번하게 바뀌면서도 충분한 예고기간이 없는 대입시험제도의 변화는 고교교육의 파행과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집단이 생기게 한다.특히 정치논리에 따라 입시제도가 바뀐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제도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교육제도는 자주 바뀌지 않아야 한다.그런즉 교육개혁 차원에서내놓은 종합생활기록부(종생부) 제도는 아직 입학시험에 적용되지않았으므로 하루빨리 시정해 공정성이 보장되는 제도로 자리잡게 해야 할 것이다.시중에 들리는 말로 올해 고3 학생들은 자신들을 「실험실의 청개구리」라 부른다고 한다.이들이 누구를 위한 실험의 청개구리들이 되고 말았는가.누가 책임을 지는가.
최근 많이 거론되는 종생부 제도는 어디에 근본적 모순이 있는가.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영재들이 공정하게 취급받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종생부 제도도 기본적으로 특별한 분야의 영재들을 발굴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종래의 제도로는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서울대에는 입학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식의 자조(自嘲)적인 이야기를자주 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생부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급격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전과목내신을 요구하는 대학들에서는 영재들이 모인 집단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현재의 종생부 제도다.왜냐하면 전과목 총점에 따른 석차를 내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는 제도적으로영재들이 모인 집단(특수목적고,입학시험으로 학생을 뽑는 비평준화지역 학교 등)에 불이익을 주고 이미 내신이 나와 있는 재수생에 비해 종생부가 적용되는 재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영재들의 학교에는 능력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으므로 이들학교의 상위권은 과목별로 성적을 나눠 가진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과목의 등수만으로 내신을 산정하면 비영재집단의 내신보다 불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당연히 영재집단의 상 위권은 과거 내신제에서의 등급배정에도 못 미치는 나쁜 내신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또한 재수생들은 이미 전과목 총점석차에 따른 내신이 나와 있으므로 재학생보다 유리한 처지에 있다.
국가가 영재들에게 혜택을 주지는 못할 망정 영재집단과 재학생에게 불이익을 줄 게 뻔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가.한번 실시해 보고 고친다면 이번 고3학생들은 누구를 위한 실험대상이 되는가. 현행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고려해 전과목 총점석차도 낼 수 있도록 하루빨리 행정명령을 시정함으로써 국가적으로 키워야 할 영재들에게 공평한 제도가 되기 바란다.
김진의 서울대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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