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독일,화학산업에 대규모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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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독일 정부와 국내외 민간 투자가들이 옛동독 지역의 화학산업을되살리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이는 1조3천억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화학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시도다.
금세기 말까지 3백20억달러 가량의 돈이 옛동독의 화학과 관련된 신규사업에 투자될 전망이다.
이는 낙후된 이 지역 개발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중에서 최대 중점사업의 하나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 프로젝트에는 외국투자가들도 84억달러를 내놓고 있다.동베를린 훔볼트대의 미하엘 부르다교수는 『동남아를 제외하고 이만한규모의 자금이 투자되는 사업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업계 전문가들은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현재 서유럽보다 훨씬비효율적인 동부 독일의 화학산업 체질이 대폭 개선돼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정부가 엣동독 지역의 화학공장을 되살리려 하는 큰 목적중 하나는 극심한 실업을 줄이려는 것이다.독일이 통일됐던 90년 화학산업은 옛동독 지역 전체 산업생산량의 25%를 점해 단연 주도적 산업이었다.최고조일때는 러시아.중국과 여타 공산권 국가에 화학제품을 대량 수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옛동독산 화학제품은 이 지역에서 만들어낸 자동차나 TV수상기처럼 베를린장벽 붕괴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기시작했다.화학공장들은 속속 폐쇄됐고 18만여명에 달하던 업계 종사자 수는 4만여명으로 급감했다.
옛동독 화학산업의 몰락은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됐다.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통독 1주년을 맞아 붕괴되는 이 지역의 화학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독일정부 입장에선 이 약속을지키기 위한 대가로 참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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