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김정일 ‘헌신의 리더십’이례적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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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묵묵히 바쳐가신 우리 장군님”이란 표현을 사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9월 9일)을 다룬 ‘승리의 9월은 영원하리’란 글에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가 “7월에 이어 8월의 삼복철에도 끝없이 이어졌다”며 “우리 장군님의 무한한 헌신의 세계를 무슨 말로 다 이야기할 수 있으랴”고 밝혔다. 이런 언급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직전 함경도를 비롯한 지방의 군부대와 산업시설을 집중적으로 현지지도한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이 노동신문 글은 “역사의 그 어느 시대에 이렇듯 대소한의 추위와 삼복의 무더위 속에서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깡그리 바치시며 불철주야로 헌신하시는 우리 장군님과 같은 위인이 있었던가”라고 김 위원장을 찬양하고 있다. 또 “온나라 군민이 9월의 대축전을 성대히 경축할 수 있게 된 것은 새해 정초부터 눈보라 강행군, 삼복철 강행군 길을 끝없이 이어오신 우리 장군님의 정력적인 영도와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승리의 9·9절은 우리 장군님의 고결한 헌신의 결정체이며 비범한 영도의 결실”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노동신문 3면에 실린 이 글 전문을 오전 11시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의 건강 이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그에 대해 ‘헌신의 리더십’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김 위원장에 대한 찬양이나 위대성 선전에 치중하던 데서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현지지도에서의 ‘인민에 대한 헌신’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보 당국은 7월과 8월 무더위 속에 집중됐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가 건강 이상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건강 이상이 북한 내부에 알려지면 김 위원장의 공식적인 리더십은 약화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헌신’의 리더십을 강조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병상 통치를 공식화하기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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