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공무원들 한가한 '올림픽 유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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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애틀랜타에는 지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취재진들 말고 또 한무리의 한국인들이 진을 치고있다.
공보처.통일원.체육진흥공단에서 파견한 공무원과 직원들이다.이들이 올림픽이라는 대축제에 참석해 정부활동에 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들은 현재 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에 머무르고 있다.호텔예약을하지않아 방도 구하지 못한채 총영사관 한쪽 구석에 야전침대를 놓고 자고있는 형편이다.한명도 아니고 다섯명씩이나 된다.어느날갑자기 『도와달라』며 총영사관을 찾아온 것이다 .「무작정 애틀랜타행」이다.
이들은 위에서 무조건 가라고 해 왔다고 한다.애틀랜타에 와서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길도 모르고 말도 잘통하지 않는다.출장비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
공보처나 통일원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이들을 먼 애틀랜타까지 보냈을까.그냥 「둘러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출장비가 물론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르나 어디까지나 정부예산이다.예산을 들여 과장급이상 고급공무원을미국까지 보냈다면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일성 싶다.올림픽도 치러봤고,월드컵도 유치했고,국민소득 1만달러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예정으로 하드웨어는 선진국이 됐지만소프트웨어는 70년대에 머물러 있 는듯 하다.
(애틀랜타에서) 손장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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