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苦言을 받아들일줄 알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학창시절 뉴스위크나 타임등 외신을 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잡지들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가 군데 군데 지워져 있거나 아예찢겨 나간 것을 보고 울분을 터뜨리던 세대들이 있다.요즘엔 그같은 경우를 이야기하면 아마도 군사정권 아래서 아웅산 수지여사가 민주화 투쟁을 벌이는 미얀마를 연상할 것이다.
요즘엔 우리 정부도 한국과 관련된 못마땅한 외신 보도에 대응하는 방법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얼마전 뉴욕타임스는 서울발로 「민주주의의 교차로에서 주저하는한국」이라는 일련의 기사를 실었다.
이에 주미 한국대사관은 뉴욕타임스측에 요청,16일자 신문에 공보담당공사가 해당 기사를 반박하는 글을 싣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잘못된 외국인들의 시각을 바로잡아주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거대한 정부,무서운 대통령」의 한국이 민주화를 주춤거리고 있고 민주적.권위적 요소가 뒤섞여 있어 외부인들이 실망하는 경우도 있으며 새롭게 등장한 젊은 정치가들은 권위주의적 태도를 지양하고 있다고 쓴 기사의 어느 대목에 대 해 반박할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인지 모르지만 그보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랜 나라의 눈으로 본 우리의민주화는 아직 부족하고 한국의 저력에 비추어 더욱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고언(苦言)이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면 그만 아닐까.
불완전하나마 거꾸로 가지는 않는 「세계속의 우리」의 모습을 균형있게 보려고 노력할 때 외국인들은 수긍한다.정부고,국민이고외국인들 앞에서 우리의 현실을 당당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어렵사리 이루어가는 민주화도 존경받게 된다.
길정우 워싱턴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