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홀로 행정이 빚은 사흘 인상안 대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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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보통신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전화요금 개편안이 사흘만에 백지화됐다.수도권 신도시지역 전화요금을 인상하고 통화가 몰리는 시간대에 할증료를 물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개편안은 이용자부담이1천2백52억원이나 경감된다는 정부측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민과지역정치권의 심한 반발을 사더니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 요금개편안은 정책의 일관성부터 갖지 못했다.80년대 후반부터 전화요금정책의 근간은 원가에 근거해 요금을 매긴다는 것이었다.이에따라 93년7월 신도시등 인접통화권도 시내통화권에 포함시켰다.그런데 다시 원가를 거론하며 원상태로 환원하려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직하지 못한 정책행태도 문제다.
신도시지역 인접통화료를 인상하면서 개편안에는 거리단계별 요금속에 슬그머니 끼워넣었다.정부도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고있었기 때문인데 중요한 문제일수록 솔직하게 국민들과 상의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정책결정의 투명성 결여도 지적받아야 한다.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수원간은 시내요금을 적용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다.이해할 수 없는 정책 생산이 가능한 것도 「밀실행정」이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분석도 필요하다.전화요금이 조정됐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정책의도대로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최근 PC통신 활성화로 통화집중 시간대가 사라져 할증요금제의이론적 근거가 희박해졌다.「언제,어디나,누구와도 」통화한다면서통화수요 억제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WTO체제 아래서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첩경은 「이용자중심의 요금정책」이다.
객관적인 원가검증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정부나 업체의 발표내용을 믿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개방시대에는 정책결정과정도 개방적이어야 한다.민생과 연결된 정책수립과정에 「민(民)의 목소리」가 담기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임윤성 동덕여대 정보과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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