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살아나는 옹기문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족과 나라마다 독특한 조미료가 있다.농업국가인 우리나라는 예부터 곡물을 발효시킨 조미료인 장(醬)이 발달했다.가장 오랜기록은 신라 신문왕(神文王) 3년(683)왕비를 맞을 때 보낸납폐(納幣)품목중 간장과 된장이 들어있는 것이 다.장담그기는 왕실.귀족에서 먼저 시작돼 일반가정에 전해졌다.한 집안의 장맛은 그 집안의 가운(家運)을 결정한다고 생각해 장 담그는 날은반드시 길일(吉日)을 택하고 바깥사람의 출입을 금했다.
장담그기와 뗄 수 없는 물건이 옹기(甕器)다.옹기는 상고시대부터 관(棺).제기(祭器).식기.솥.화로.등화구(燈火具)등에 널리 사용돼왔다.『삼국사기』에는 신라시대 옹기를 굽는 와기전(瓦器典)이란 관청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조선시대 에 와선 중앙관청 수요품을 제작하는 경공장(京工匠)으로 1백여명 옹기장(甕器匠)들이 소속돼 있었으며,지방관아(官衙)도 다수의 옹기장들을 두고 있었다.또 민간에도 자영(自營)옹기장들이 있었다.
옹기는 질그릇과 오지그릇 둘로 나눈다.질그릇은 황토만으로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釉藥)을 바르지 않아 표면이 거칠고 윤기가없는 반면 오지그릇은 유약을 입혀 윤이 나고 단단하다.조선시대까지 옹기는 질그릇 위주로 발달해왔으나 근대이후 오지그릇이 성행하고 질그릇은 퇴조했다.일제 식민지시절에도 자기제작에선 전통기술이 쇠퇴했으나 옹기의 경우는 전통기술이 잘 보존돼 왔다.그러나 근래에 들어 플라스틱.스테인리스에 밀려 옹기로 만든 생활용구는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최근 옹기가 우리 부엌에서 자리를 되찾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백화점에 전통옹기코너가 설치되는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납성분이 든 유약을 발라 번질거리는 광명단 옹기와 달리 식물성유약을 쓴 전통옹기는 통기성(通氣性)이 좋고,인 체에 이로운 바이오성분이 들어있다는 학자들의 설명이다.시판중인 옹기는 냉장고용 김칫독에서 밥솥.생수통.쌀독.뚝배기.구이판등 다양하다.특히 생수통은 옹기 자체의 화학작용으로 물의 변질을 막고 불순물을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다고 한다.
전통은 우리가 오랜 세월 살면서 터득한 생활지혜의 집합체다.
그동안 플라스틱제품만 찾던 우리 주부들이 전통옹기를 다시 찾는지혜를 회복한 것은 다행스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